행복나눔재단 시각장애 학생 참여그룹 (2020~)
목차
PROBLEM|단번에 파악하기 어려운 문제들
행복나눔재단에서는 시각장애 아동과 청소년의 교육에 주목해, 아동의 점자 문해력 향상을 위한 프로젝트와 문제집을 단원별로 점역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당사자에게 꼭 필요한 솔루션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각장애 학생과 부모님, 선생님을 만나 인터뷰하면서 생각보다 다양한 학습 영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터뷰이들은 ‘어렵다’, ‘오래 걸린다’, ‘자료가 적다’, ‘공부를 제대로 못한다’라고 말하며 학습의 어려움에 대해 말해 주었다. 그런데 일회성 인터뷰만으로는 학습이 얼마나 어려운지, 교재를 마련하는 데까지 얼마의 기간이 걸리는건지, 교재가 얼마나 적은건지 구체적으로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Project Note
이때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시각장애인 학습의 어려움과 그 솔루션]이라는 리포트를 발간했다.
ACCESSIBLE ISSUE | 당사자에게 직접 묻는다
시각장애 학습의 어려움을 계속해서 발굴하고 이를 해결해야 한다면, 당사자에게 즉각적이고 반복적으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싶었다. 프로젝트를 운영할 때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만큼이나, 당사자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솔루션을 최적화하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문제집 단원별 점역 프로젝트(점자 문제집 빨리 만들기 프로젝트)’에서 당사자와 직접 만나며 배운 인사이트다.
또, 한 번의 개발로 끝이 아니라 실험과 개선을 거듭하며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나가야 하므로, 꾸준히 지표를 측정하고 변화의 추이를 관찰할 수 있어야 했다. 그래서 이러한 만남이 중단되지 않고 꾸준히 유지될 수 있도록, ‘참여그룹’이라는 이름으로 조직화하여 체계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원래는 ‘지표를 측정하기 위한 그룹’이라는 뜻으로 ‘지표그룹’이라 지었다가, 너무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져 ‘참여그룹’이라는 이름으로 변경했다.
SOLUTION | 시각장애 학생 9명을 만나다
모집 기준
먼저, 어떤 학생들을 모을 것인지 기준을 정해야했다. 경제적・시간적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도 하고, 타겟이 좁아야 구체적인 문제를 제대로 파악해 뾰족하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회문제에 효과적인 솔루션을 내놓는다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처음부터 복합적인 문제를 풀기보다 단순한 문제부터 접근한다면, 그 솔루션을 기반으로 해서 점차 복합적인 문제에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먼저 학습 능력과 의지가 있는 학생을 돕기로 했다. 이 학생들을 도울 수 있다면, 이후 그렇지 않은 학생을 위한 지원까지 해나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1.
공부할 지적 능력과 의지가 있는 시각장애 학생
R&D Lab에서는 시각장애인의 ‘학습’ 문제에 중점을 두고 있으므로, 기본적인 교과 과정을 소화할 수 있는 학생을 모집하기로 했다. 먼저, 이전 프로젝트에서 점역 교재를 신청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참여그룹을 소개했다. 점역 교재를 신청할 정도라면 공부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2.
점자로 읽고 쓰는 게 가능한 학생
시각장애 학생들이 모두 점자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점자로 학습할 때 발생하는 어려움에 집중하고자 했기 때문에, 점자를 실제로 사용하는 학생들로 참여그룹을 구성하고자 했다.
3.
중학교 3학년 재학생(2021년 기준, 2006년생)
솔루션의 효용성을 측정하기에는 중학교 3학년이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하였다. 단원별 점역 프로젝트를 처음 시도할 때, 고등학생 교재는 점역 난이도가 높고 품질에 문제가 생기면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제작하지 않았다. 반면, 너무 낮은 학년을 대상으로 하면 학습량이 적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중학교 3학년 정도가 되어야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한다는 선생님들의 의견을 참고했다.
모집 과정
모집 기준을 충족하는 시각장애 학생들을 모집하기 위해 전국 맹학교에 공문을 발송했다. 일반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게까지 홍보할 방법은 없을지 알아보았으나, 교육청 등 관련 기관에서는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대신 시각장애 관련 기관과 관계자분들께 홍보를 부탁드리고, 단원별 교재 점역 프로젝트에서 점역 교재를 신청했던 중학교 3학년 학생과 학부모님께 프로젝트를 소개하기도 했다.
최종적으로는 전국 맹학교 재학생 9명으로 참여그룹을 구성할 수 있었다. 각 맹학교에 일일이 확인한 결과, 재학생 중 점자 문제집까지 마련해 가며 공부할 의지가 있는 학생은 대부분 우리 그룹에 참여한 것으로 보였다. 참고로, 2021년 6월 수능 모의고사에 점자로 응시한 학생이 14명이었으므로, 9명은 ‘점자로 중등교육 과정을 공부하는 학생’의 전체 규모와 유사할 것으로 판단했다.
‘9’라는 숫자는 적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행복나눔재단의 사회변화 프로젝트는 사회문제 당사자가 실질적인 변화를 경험할 수 있는 구체적인 모델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아홉 명의 학생이라면, 오히려 자원을 집중하여 더 많은 해결책을 빠르고 깊이 있게 시도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RESULT | 다양한 솔루션의 토대가 되다
참여그룹 학생들과는 학생이 원하는 과목으로 매주 튜터링을 하면서 학습 관련 지표를 측정했다. 매주 튜터링과 함께, 하루 평균 학습 시간, 내신 성적, 점자 기기를 학습에 사용하는 시간 등 정량적인 수치를 꾸준히 기록했다. 튜터링 진행과 지표 측정에는 대학생 튜터를 선발하여 도움을 받았다.
매 학기 방학에는 담당 매니저가 직접 집으로 찾아가서 1:1로 인터뷰하고, 학습 지표를 측정하는 테스트를 하거나 개발한 솔루션을 사용해 보게 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공부하는 방식이나 솔루션을 사용하는 방식을 옆에서 직접 관찰하면서, 공부할 때 겪는 여러 어려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 3년차부터는 학생과 학부모 FGI*를 각각 진행하기도 했다.
*FGI(Focus Group Interview): 특정 경험이나 특성을 공유하는 소수의 사람들을 모아 인터뷰를 진행하는 조사 방법
FGI를 진행하는 모습. 왼쪽은 2022년 겨울, 오른쪽은 2023년 여름의 모습이다.
참여그룹은 행복나눔재단 R&D Lab이 사회문제를 연구하고, 솔루션을 고안하는 과정의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프로젝트 담당자는 참여그룹과 직접 만나서 문제 해결의 척도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를 수립하고, 지표를 정기적으로 측정해 문제를 구체화하고, 솔루션을 도출하고, 이를 실행한다. 참여그룹과 밀접하게 접해 있으니, 짧은 시간 내 깊이 있는 탐색과 실험적인 시도들이 가능하기도 했다. 참여그룹에 모인 당사자의 숫자는 많지 않아도, 실질적인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설계하기 적합한 방식이다.
시각장애 학생 참여그룹은 2024년까지 행복나눔재단과 함께 시각장애 학습의 문제점을 탐구했다. 고등학교 3학년까지 교과 과정을 모두 마친 학생들은 참여그룹도 무사히 졸업하였다. 참여그룹 1기를 마무리한 뒤, 지금은 2기를 새롭게 조직하여 운영 중이다.
1기 학생들과 함께한 R&D Lab의 프로젝트는 아래 리포트에서 살펴볼 수 있다.
참여그룹과 함께한 R&D Lab의 프로젝트
김영 매니저
young.kim@skhappines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