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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이닷_점자 학습 장난감 프로젝트 (2023.6)

이 문제의 Last Mile은 점자 학습에서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촉각 인지의 강화가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점자 학습을 할 수 있는 교구가 워낙 없기도 하지만 촉각 인지를 강화할 수 있는 교구는 거의 없었습니다. 또한, 점자를 시작하기에 좋은 나이인 만 5~7세 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 재미있는 교구가 필요한데요. 이 문제의 Last Mile을 발견하게 된 과정과 점자 촉지 학습 장난감 ‘슬라이닷’의 개발 및 최적화 이야기를 확인해 보세요!
- 행복나눔재단 곽예솔 매니저 -
목차

드러난 문제: 배우기 어려운 점자

점자. 6개 점이 한 묶음으로 이루어진 특수 문자로 시각장애인의 읽기 행위를 위해 만들어졌다. 주로 검지, 중지, 약지의 손가락 끝 감각을 사용해 점자를 읽는다. 어떻게 손가락 끝 감각을 사용할까. 가장 흔하게 점자를 접할 수 있는 곳은 엘리베이터. 내부에 있는 층수 점자 버튼을 생각해보자. 검지 손가락을 가져다 놓으면 올록볼록한 점들이 느껴진다. 그런데 몇 개의 점이 올록볼록한 지, 그 위치가 어디인지 단 번에 정확히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시각장애인도 점자를 자연스레 배우고 읽는 게 어렵다. 점자를 잘 읽을 때까지 수도 없이 읽어야 한다. 더구나 한 글자만 읽는 게 아니라 단어, 문장, 글을 읽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연습을 많이 하면 된다고 하지만 시각장애인의 점자 문맹률은 여전히 높다. 행복나눔재단 곽예솔 매니저는 학습에 초점을 맞춰 여러 시각장애 학생, 이들의 학부모 및 선생님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00이가 아직도 그래요. ‘엄마 그때(점자 배울 때) 나 엄청 힘들었어…’ 점을 확인하는 게 많이 어려웠거든요. … 이게 확인이 안 돼서 그거 한동안 되게 힘들어했어요” (시각장애 학생 학부모)
제가 만져봐도 아야어여는 앉아서 모양이 이렇게 생겼네, 그러면 안에 모양으로 딱 느껴지는 게 있는데 솔직히 4점 하나 찍혀 있고 5점 하나 찍혀 있으면 이게 구분이 솔직히 안 되거든요. 솔직히 안 돼요.(시각장애인 학교 선생님)
일단은 이게 이제 손끝의 감각인 거잖아요. 제일 어떻게 보면 손끝 감각이 되게 좁은 의미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제 처음에는 방향도 알아야 돼, 위 아래 좌우도 알아야 돼. 다양한 자극이죠. 손끝 자극, 손끝 자극들(특수학교 선생님)
곽예솔 매니저는 점자가 어렵다는 말을 좀 더 구체화 해보고 싶었다. 이에, 시각장애 학생과 학부모, 선생님들과 대화를 바탕으로 점자를 잘 읽기까지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생각해봤다. 먼저, 사물을 변별하거나 손가락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것(촉감), 그리고 점의 위치와 번호, 모양을 아는 것(점형). 손가락으로 점자를 스쳐 지나가면서 점자의 모양을 인지하고 구별하는 것(촉각 인지), 자음, 모음, 받침의 조합을 파악해서 글자의 짜임을 읽는 것(글 읽기), 내용을 파악하는 것(문해력) 등이다. 각 과정을 자연스럽게 습득한다면 비로소 원하는 만큼 읽고 내용을 파악하는 데 자신감 있는 수준이 되는 것.
시각장애인들에 따르면 누구나 점형의 모양을 외우는 것까지는 어느 정도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가장 큰 고비는 촉각 인지를 통해 점자 모양을 구별해내는 것. 가로 3.5 mm, 세로 6.5 mm의 작은 평면에 높이 0.6 mm의 6개 점으로 이뤄진 작고 미세한 점자 모양을 손끝 감각으로 정확하게 인지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에, 점자를 익힐 때 대부분 이 단계에서 시간을 가장 많이 소요하게 된다고 한다. 이에, 곽예솔 매니저는 촉각 인지가 왜 어려운지 더 자세히 살펴봤다.
촉각 인지가 어려운 이유 1: 의미를 파악하며 읽는 것
점자 읽기 프로세스를 보면, 점형을 알고 나면 바로 글을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촉각으로 점자를 인지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 이 점자 모양의 구별과 글자의 의미 이해를 한꺼번에 시도하고 있었다. 더욱이 단어나 문장 읽기를 무작정 연습하면서 학습에 더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촉각 인지가 어려운 이유 2: 문지르며 읽는 것
점형이 촉각으로 구분되지 않는 점자를 이해하고자 문지르며 읽는 것도 문제였다. 대다수 시각장애 학생들이 촉각 인지로 어떤 점자인지 점형을 파악하지 못한 채 뜻을 이해하고자, 점자를 위아래로 문지르며 읽는 습관이 있었다. 이렇게 강한 압력으로 점자를 문지르며 읽을수록 오히려 각기 다른 모양의 미세한 점자를 구별하기 더 어려워진다. 그러다 보니 점형을 구별하는 데 정확도가 떨어지고 속독이 힘들어져 흥미를 빨리 잃게 된다.
촉각 인지는 손으로 읽어야 하는 점자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성인이 된 후 중도에 시각장애를 얻은 사람들은 촉각이 무뎌져 점자 학습을 더 어려워한다는 걸 보면 더욱 그렇다. 때문에 촉각 인지는 글을 읽어내는 단계 이전에 습득되어야 하는 중요한 요인이며, 점자를 배우는 학습자라면 촉각 인지를 강화하는 건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는 쉽지만은 않다.

촉각 인지를 위한 반복 연습이 어려운 이유

곽예솔 매니저는 인터뷰를 통해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이미 촉각 인지의 중요성과 이를 위한 반복 연습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점은 확인했다.
내가 이 점자를 얼마나 암기하고 있느냐도 물론 중요하지만요 그만큼 이제 또 내가 얼마나 점자를 잘 읽을 수 있는 그런 감각을 가지고 있느냐 점자를 빨리 읽고 천천히 읽고 차이가 될 수 있어요.(시각장애인 학생)
발달하지 않으면 적절하게 읽지를 못해요. 점자 자체가 촉각을 손으로 만져서 인지하는 거잖아요. 근데 그것도 촉각이라고 하면 우리가 손 전체로 만지는 것도 촉각이지만 촉각으로 만지는 것도 촉각이고 어떻게 보면 피부 감각 자체가 촉각이란 말이에요. 그런데 점자는 손가락, 그것도 손가락 끝 여기로만 감지하기 때문에 굉장히 섬세하고 예민하고 굉장히 고난이도의 촉인지가 있어야, 촉각 능력이 있어야 점자가 되는 거죠.(특수학교 선생님)
(촉각인지는) 많이 중요해요. 읽는 것도 중요하고… 그리고 촉각이 약하면 조금씩은 읽을 수 있는데, 나중에는 진짜 빨리 읽잖아요. 빨리 읽으면 제가 스치듯이 이런 식으로 빨리빨리 읽어야 되는데… 촉각 중요하죠.(시각장애인 학생)
그러나 촉각 인지를 강화하려면 단순 반복이 아닌 올바른 자세로 연습해야 한다. 그러니까 글자의 자음, 모음, 받침의 조합을 파악하는 게 아닌 점자 모양 자체를 구분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손가락을 문지르지 않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빠르게 이동시키며, 종이 표면을 가벼운 압력으로 스치면서 읽어야 한다는 것.
곽예솔 매니저는 자료 조사를 통해 이 점을 파악했으며, 촉각 인지 강화만을 위한 연습 교구가 있는 걸 발견했다. ‘손끝 감각 자동 인지 연습지Fingertip memory sheet*’. 이를 통해 시각장애인들은 글자나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며 읽는 게 아닌, 점자가 있는지 없는지, 혹은 점자가 몇 개 찍혀있는지 등 아무런 뜻 없이 점자의 모양만을 빠르게 구별해내는 연습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또 있었다.
*손끝 감각 자동 인지 연습지Fingertip memory sheet란?

손끝 감각 자동 인지 연습지Fingertip memory sheet는 지루하다.

배움에는 왕도가 없다고 하지만 점자를 잘 읽는 수준까지는 무수한 연습량이 필요하다. 각 사람마다 차이는 있어도 이 고비를 넘기고 점자를 잘 읽을 수 있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1년에서 길게는 3년까지도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이 과정이 매우 지루하다.
저는 특수학교 다녔거든요. 저는 왜 재미없었냐면 점자를 빨리 해야 된다면서 선생님들이 맨날 숙제를 내주잖아요. 교과서를 한 10번 넘게 쓰기 시킨 거예요. 근데 어리니까 점자 잘 모르잖아요. 그리니까 이게 막 3시간을 찍어도 잘 못 찍는 정도인 거예요.(시각장애인 학생)
점자라는 게 보셔서 아시겠지만 되게 심심하고 재미없는 자극이 일반 아이들 같은 경우는 글씨가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색깔 변화도 있고 그림도 다양하고 크기도 다양하고 효과적인 시각적 효과가 되게 크잖아요. 근데 점자 같은 경우는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에 애들이 익히는 데 굉장히 어려워해요. 힘들어하고 어려워하고 지루해하고 재미없어 해요.(특수학교 선생님)
중요하긴 한데 이거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요. 많이 읽는 수밖에 없어요. 얘는. 저는 (점자를) 그냥 배우라 그랬으니까 배운 거고요. 이거를 그렇게 재미있게 배운다 사실 그런 개념은 딱히 없어요.(시각장애인 학생의 학부형)
반복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이게 좀 지겹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하고 애도 막 이러는데… 제가 어머님한테도 ‘네 어머님 10분도 좋고 20분도 좋으니까 꾸준히 하시라’고 말을 해요.(시각장애인 학교 선생님)
특히, 손끝 감각 자동 인지 연습지Fingertip memory sheet와 같이 촉각 인지에 집중하며 아무 의미 없는 글자를 반복 연습하는 건 더욱 지루하다. 어린 시각장애 아이들은 견디기 힘들다. 그 때문인지 곽예솔 매니저가 기존 점자 학습 교구를 살펴보니 손끝 감각 자동 인지 연습지Fingertip memory sheet의 비중은 매우 작았다.

손끝 감각 자동 인지 연습지Fingertip memory sheet가 드물다.

촉감을 자극하거나 점형을 파악하는 단계에서는 많이는 없어도 그나마 교구들이 있었다. 이외에는 테니스공, 나무 블럭 등으로 만든 교구를 활용했으며, 그나마 탭틸로*로를 이용해서 점형을 배우다가 촉각 인지 강화는 건너 뛰고 동화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이후 촉각 인지단계부터는 막연하게 많이 읽어보는 것 외에는 별 다른 방법이 없는 게 문제였다.
이렇게 그 기존의 교구를 이제 활용하는 방법인데 솔직히 점자로 따로 나온 거는 없거든요. 존재하지 않아요. 진짜로 이렇게 되는 건 없어요.(시각장애인 학교 선생님)
그런 기계, 내가 1, 2, 6을 찍었는데 맞았네 (그런 게 없어요.) 우리 한글도 그런 거 있잖아요. 글자를 보고 이게 ‘아’자야 눌러보니까 하고 말해주는 글자 한글 소리…(시각장애인 학교 선생님)
특히, 점자를 배우는 어린 아이들이 점자를 배울 때 사용할 만한 교구는 많이 없으며, 촉각 인지 강화만을 위한 교구는 거의 없다.

[Last Mile] 지루한 촉각 인지 강화 과정을 도와줄 재미있는 교구가 없는 것

요즘 비시각장애 어린이들이 한글을 배울 때 사용하는 교구에는 다양한 기능이 있다. 인기있는 캐릭터 주제가가 나오기도 하고, 게임을 할 수 있기도 하다. 이처럼 시각, 청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을 통합적으로 사용하며 배울 수 있도록 다채로운 기능을 제공한다. 그러면 반복 사용하더라도 덜 지루하다.
점자는 배우기 어렵다. 그렇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 지루한 반복 학습법 때문에 배우고자 하는 동기를 유지하기 어려운 게 문제인 것이다. 특히, 촉각 인지를 강화해 줄 재미있는 교구가 없어 지루한 반복 학습을 견뎌야 한다.
그렇다면 촉각 인지 강화를 도와줄 재미있는 교구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지속적으로 연습해 볼 의지가 생길만한 교구라면 촉각 인지는 물론 점자 읽기가 필요한 학습자가 자유자재로 점자를 읽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조금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곽예솔 매니저는 이 Last Mile을 개선할 솔루션을 만들어 보고자 했다.
*행복나눔재단의 문제 해결 Last Mile: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애써 개발된 솔루션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칠 때, 행복나눔재단은 이 솔루션이 당사자들에게 전달되기 직전 단계(Last Mile)에 존재하는 문제를 찾아 분석하고 실질적으로 개선한다.

재미있는 촉각 인지 강화 교구를 개발해 보자!

곽예솔 매니저는 교구의 사용자를 학령기 전 아이들(만5~7세)로 정했다. 촉각은 어릴수록 발달이 빠르고, 비시각장애 아이들이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는 나이가 그 즈음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촉각 인지 강화 교구는 기기로 구현하고 싶었다. 교구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지루하지 않고 재밌게 점자 연습을 할 수 있는 게임기를 개발하고자 했다. 단순 반복으로만 연습할 수 있는 손끝 감각 자동 인지 연습지Fingertip memory sheet의 지루한 점을 다양한 기능을 더해 보완하기 위해서였다.

Last Mile 개선점 1. 반복 연습이 지루하지 않도록 재미있게 만들자.

아이들은 어떻게 재미있게 학습할까? 먼저, 곽예솔 매니저가 가장 유심히 살펴 본 한글 학습 교구는 ①’(직접 선택하는) 문제 카드’와 ‘②행동에 대한 ‘즉각 반응 보상’을 제공했다. 아이가 스스로 문제 카드를 선택해 기기에 꽂은 뒤, 자음, 한글 블록을 기기에 놓으면, 기기가 읽고 칭찬해주며, 때론 조언도 해주도록 구현되어 있었다. 덕분에 아이들은 미션을 받고, 본인의 행동에 대한 반응과 보상을 느끼며, 학습을 놀이로 받아들여 한글을 즐겁게 익히는 듯 했다. 한편, 아동을 대상으로 한 기존의 점자 학습 기기 역시 한글 학습 교구와 유사하게 버튼과 재미있는 소리가 매칭하는 기능 등이 있었다. 이에, 곽예솔 매니저는 문제카드와 즉각 반응 보상, 이 두 요소를 촉각 인지 강화 교구에 포함하고자 했다.
아동 대상 학습 기기 예시
한글 학습 교구: 스마트탱고 사용 모습
점자 학습 기기: BrailleBuzz 이미지
시각장애 아이들이 사용할 교구에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는 청각적인 자극이었어요.
곽예솔 매니저 “시각장애 아동들이 교구를 사용하는 모습을 직접 관찰해보니, 기기에서 나오는 소리(효과음과 숫자, 알파벳 안내 등)에 반응하고 즐거워하며 아동들 간 서로 더 가지고 놀려하는 걸 확인했죠. 이를 통해, 시각 장애 아동은 시각 자극으로 정보에 흥미를 느낄 수 없어서 청각 자극의 풍부한 활용이 중요하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또한, 곽예솔 매니저는 추가적으로 ‘경쟁’ 요소를 넣고 싶었다. 이는 시각장애 아동은 학습 단계마다 개인차가 크고, 연령 특성상 공동 놀이를 하기 어렵다는 인터뷰 내용에 기반했다. 친구들과 경쟁을 할 수 없다면 스스로 기록과 경쟁하도록 해 지속적으로 기기를 이용하고자 하는 동기부여가 될 거라고 예상했다.
“아이들도 놀이에서 촉각을 활용해야 된다면 친구들하고 어울리고 싶어서라도 더 배울 수도 있어요. 저 게임에 끼고 싶은데 내가 못 읽거나 내가 손에서 못 느끼는 게 싫어서 연습하지 않을까요. 시각장애 애들도 똑같이 게임을 되게 좋아해요. 근데 이게 게임 형태다 하면 애들이 되게 즐긴단 말이에요. 이렇게 하면 오늘은 몇 단계까지 가야지 마음이 들 거 아니에요.” (시각장애 학교 선생님)

Last Mile 개선점 2. 복잡하지 않은, 쉬운 기술을 활용해서 빠르게 개발해보자.

또, 점자가 인쇄된 카드 형식으로 손끝 감각 자동 인지 연습지Fingertip memory sheet 문제지를 구현하고자 했다. 여기에는 RFID* 기술을 활용하고자 했는데 그 이유는 따로 기술 개발을 하지 않아도 되며, 연계 사용에 난이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점자 문제 카드에 문제 정보를 인식시키고, 음성 안내를 출력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넣을 수 있었다. 또, 음성 안내를 위한 성우 목소리도 향후 테스트 이후 변동성을 고려하여 음성 소스 확보를 위해 성우 섭외 및 스튜디오 녹음 등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AI 오픈 소스를 활용했다.
*RFID : 무선 주파수(RF, Radio Frequency)를 이용하여 물건이나 사람 등과 같은 대상을 식별(IDentification)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기술
기술 개발에 시간과 비용을 들이기 보다는 빠르게 개발해 빠르게 효과를 확인하는 게 최우선이었어요.
곽예솔 매니저 “시중에 점자 학습 교구가 많이 없는 이유는 기술 개발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최근 기술의 발달로 점자 입력 시 점자가 솟아오르는 ‘점자 셀’ 탑재 기기들이 개발되고 있는데요. 점자 셀은 즉각적으로 튀어나오는 동시에 손으로 눌렀을 때 안으로 들어가지 않아야 하는 고급 기술로 구현의 난이도가 매우 높습니다. 또한, 점자 셀은 주로 일본에서 전량 수입 해야하며, 구입과 수리 가격이 비싸기도 해요. 이에, 점자 셀은 교구 개발에서 배제했고, 난이도가 낮은 기술로 개발하더라도 교구를 통한 촉각 인지 강화의 효과를 빠르게 확인하고자 했죠.

Last Mile 개선 과정 - 교구 설계부터 제품 사용설명서까지 직접 기획

물론, 행복나눔재단 R&D Lab은 실험적으로 작은 프로젝트들을 실행해보며,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나간다. 그런데 촉각 인지 강화 교구의 개발에 있어서 만큼은 이 방식이 더 필요했다. 왜냐하면 기존에 점자 학습 관련 기기가 워낙 없었기 때문에 점자를 사용하는 사용자의 관점을 이해하는 교구 개발사를 찾는 건 힘들었기 때문이다. 에 곽예솔 매니저는 교구 개발을 위해 직접 교구 설계, 외관 디자인, 상세 동작 의뢰서, 제품 사용설명서, 교구 문제 유형 및 세부 문제 내용을 기획 및 제작했다. 또한, 이렇게 개발된 교구는 시각장애 아동의 특성을 관찰하면서 계속 업그레이드 될 예정이다.
곽예솔 매니저가 기획한 교구 초안부터 이를 토대로 개발된 목업(mock-up)까지 이미지

슬라이닷, 탄생하다

그렇게 곽예솔 매니저는 촉각 인지 강화만을 위한 학습 기기, 슬라이닷을 개발했다. 슬라이닷은 RFID 칩이 부착된 점자 카드를 인식할 수 있는 ‘점자 카드 인식 패드’, 문제를 읽고 정답을 입력할 수 있는 ‘점자 입력 키보드’ 크게 2가지 기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차 프로토타입
슬라이닷 내부 회로 워킹 목업
슬라이닷 3D 입체 모형도

슬라이닷 특징

① 직접 선택할 수 있는 문제 카드
점자 문제 카드를 본체 기기에 올려놓으면 카드에 부착된 RFID 칩과 본체가 무선으로 데이터를 주고 받게 된다. 그래서 아동은 원한다면 보호자 없이도 본인이 원하는 점자 카드를 집어서 점자 카드 인식 패드 위에 올려 놓은 뒤 점자 문제를 풀 수 있다. 최종 버전에서는 왼쪽 상단에 문제의 난이도를 촉각으로 구분할 수 있도록
점자 문제 카드 예시 및 샘플 이미지
② 행동에 대한 즉각 반응 및 보상
각 키보드를 누르면 어떤 숫자의 버튼을 눌렸는지 음성이 나와 확인할 수 있다. 흥미를 지속시키기 위해 키보드 버튼을 누르면 즉각적으로 반응을 하여 해당 키보드의 숫자 소리가 출력되도록 설계했다.
퀴즈 모드에서 아동이 점자 카드를 손으로 읽은 뒤 생각하는 정답을 ‘점자 입력 키보드’에 입력을 하게 되면 오답일 경우에는 오답 효과음이, 정답일 경우 정답 효과음이 출력되어 즉각적으로 본인의 행동에 대한 반응과 보상을 얻을 수 있다.
③ 풍부한 청각 자극
시각 장애 아동이 흥미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걸 돕고 청각적인 정보를 풍부하게 전달하기 위해 또래 아동의 음성으로 안내 음성을 촘촘하게 구성했다. 기기가 꺼지고 켜질 때마다 ‘안녕~’, ‘또 만나!’라는 음성이 나오며, 각 모드별 설명도 자세히 음성으로 안내한다. (’키보드 모드’ : 기기를 처음 키면 튜토리얼처럼 점자 키보드의 위치와 숫자를 알려주는 모드, ‘퀴즈 모드’ : 점자 문제 카드를 패드 위에 올려놓은 뒤 문제를 풀 수 있는 모드)
④ 스스로와의 기록 경쟁
기기에서 중요한 부분은 퀴즈모드에 바로 스탑워치 기능을 탑재하여 점자 퀴즈를 맞추는 데까지 소요된 시간을 음성으로 안내하는 점이다. 아동이 문제를 맞추면 기기는 “정답은 ㅇㅇㅇ”이라고 다시 한번 정답을 정확하게 안내해주고, “0분 0초 걸렸어요”라고 총 걸린 시간을 알려준다. 아동은 문제 카드 뒷면에 본인이 걸린 시간을 기록해가며, 연습을 할수록 소요된 시간이 단축되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아동이 점자를 천천히 위아래로 문지르면서 읽는 걸 방지하고 바른 자세로 스치듯이 읽는 연습을 하는 데 도움을 주는 걸 목적으로 하고, 동시에 스스로와 기록 경쟁을 하면서 지속적인 동기부여를 일으키도록 한다. 이를 돕기 위해 퀴즈모드가 시작되면 째깍째깍하며 초침이 가는 소리가 배경음으로 재생된다.

슬라이닷 사용 후기

곽예솔 매니저는 1차로 만들 슬라이닷을 시각장애 아이들이 사용해보도록 했다. 아이들마다 점자 학습 정도가 달랐으며, 새로운 기기에 대한 적응력도 달랐다.
슬라이닷 시연 모습
아이들은 역시 게임처럼 재밌게 학습하는 걸 좋아했다. 15분 정도의 집중도가 예상됐지만 스스로 탐색하고 버튼을 누르며 재미있어 하기도 하는 등 30분 넘게 혼자 문제를 풀어보는 아이도 있었다. 하지만 개선할 점도 발견되었다.
기기를 아이들의 손 크기에 맞춰 일부 변형해야 하는 부분이 발견됐으며, 기계음을 부담스러워하는 아이도 있어 이 부분도 수정이 필요했다. 또한, 문제의 난이도를 좀 더 촘촘히 구성하는 것과 문제를 맞췄을 때 나오는 리액션을 다양화하는 것도 필요했다. 무엇보다 곽예솔 매니저는 점자를 빠르게 스치듯 읽는 게 바르게 점자를 읽는 자세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부분은 고민이 조금 더 필요했다.
곽예솔 매니저는 앞으로 이러한 개선점을 조금 더 보완해 나갈 예정이다.
곽예솔 매니저 yes_all_@skhappines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