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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심리상담 문턱 완화 프로젝트_2차 (2023.3~7)

목차

Intro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는 소방관들은 일상적으로 마음건강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소방관들은 심리적·물리적 제약으로 심리상담을 잘 이용하지 않는다. 이 문제에 주목한 행복나눔재단 R&D Lab 유승제 매니저는, 소방관을 위한 최적의 심리상담 프로그램 모델을 만드는 <소방관 심리상담 문턱 완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특히, 불규칙한 근무시간과 불편한 예약 시스템이 만드는 물리적 허들에 주목했다. 그래서 1차 프로젝트에서는 온라인 예약 시스템과 상담 회고 과정을 새롭게 시도해보았는데. 그 결과, 첫 상담일을 앞당기고 몰입을 높이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1차 프로젝트 이야기 읽어보기
이 결과를 이어받아, 2차 프로젝트부터는 정희선 매니저가 진행했다. 본 리포트는 그 과정과 결과를 정희선 매니저의 관점에서 담은 것이다.

LAST MILE|상담에 대한 마음의 문턱이 높다

상담 문턱을 더 낮추려면

프로젝트를 받은 후 가장 먼저 들었던 고민은 ‘어떻게 하면 문턱을 더 낮출 수 있을까?’였다. 고민 끝에 주목한 건 다름 아닌 소방관의 ‘마음’이었다.
앞서 리서치 과정에서, 소방관에게는 상담에 대한 물리적 허들과 심리적 허들이 동시에 있는 것을 확인했었다. 1차 프로젝트는 불편한 예약 시스템을 바꾸어 물리적 허들을 낮추었다면, 이번엔 심리적 허들도 완화해보고자 했다.
심리적 허들은 크게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었다.
소방관이 상담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
시민을 지키는 임무 특성상, 상담을 받으면 나약하고 불안정한 상태로 보인다고 생각함
상담에 대한 막연한 부담감
상담은 정신의학과 진단을 받아야 하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는 추측과 우려가 있음
소방 내부 상담 제도에 대한 거리감
‘찾아가는 상담실’ 및 진료비 지원 제도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고 있지 못함
찾아가는 상담실 & 진료비 지원 제도 자세히 보기
상담에 진입하는 것 뿐만 아니라 상담을 지속하는 데 있어서도 심리적인 부분은 중요하게 작용한다. 실제로 1차 프로젝트에 참여한 소방관들 중에도, 상담은 만족했지만 편견으로 인해 여전히 ‘찾아가는 상담실’을 활용하지 않는 소방관이 있었다. 외부 상담을 이용하자니 기관 선택이 어렵고 비쌀 것 같아 시도조차 하지 않는 분도 있었다.
그런데 이런 부정적 인식이나 부담감은 정확한 정보를 모르는 데서 기인하는 것도 있었다. 그래서 상담에 대한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는 건 어렵지만, 적어도 오해나 막연한 부담감은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Last Mile : 상담에 대한 오해와 부담감

1차 프로젝트에서는 소방관이 심리상담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Last Mile*을 불규칙한 근무와 불편한 예약 시스템이 만든 물리적 허들로 보았다. 그래서 온라인 예약 시스템을 도입해 절차를 간소화했고 문턱을 일부 낮출 수 있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2차 프로젝트에서 중점적으로 다룰 Last Mile*을 상담에 대한 오해나 편견, 부담 같은 부정적 인식이라고 정의하고 심리적 허들을 낮추는 것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Last Mile 1. 불규칙한 근무시간과 불편한 예약 시스템(물리적 허들)
Last Mile 2. 상담에 대한 오해와 편견(심리적 허들)
사회문제의 Last Mile*

PROJECT 2차|심리상담의 First Step 디자인하기

소방관 심리상담 문턱 완화 프로젝트 2차 - 기간 : 2023년 3~7월 - 대상 : 20-30대 현직 소방관 10명 - 목적 : 심리적 허들을 낮춘 최적의 심리상담 모델 개발
2차 프로젝트는 문턱을 한층 더 낮추어 소방관들이 부담 없이 참여하면서도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상담의 First Step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구체적으로는 1차 프로젝트에서 검증한 간편한 예약 방식과 회고 노트는 유지&발전시키되, 단기 상담, 비대면 상담, 상담 정보제공을 새로 시도해 보기로 했다.
PBR(Project Based Research)*
유연한 실험을 위해 프로젝트 대상도 20-30대 소방관으로 낮춰 잡았다. 연령이 낮을수록 다양한 상담 방식에 대한 수용력이 높으리라 판단한 것이다. 또한 최근 근무 기간 5년 미만의 20-30대 소방관 자살률이 전체의 53%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시급한 사회문제와도 관련이 있다고 보았다.
이렇게 새로운 요소를 넣기도, 빼기도, 바꾸기도 하면서 최적의 배합을 찾아내려고 했다.

새롭게 해 본 시도들

다양한 단기 상담
상담에 대한 만족스러운 경험은 하되 처음 시작할 때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적절한 회차를 탐색하고자 했다. 그래서 기존 10회기에서 회차를 줄여 다양한 단기 상담을 실험해 보았다.
1회기 상담 : 사전 심리 검사와 해석상담(대면)으로 구성(*희망자 3회기 추가 지원)
→ 가벼운 심리검사로 인식해 부담 없이 신청하고, 모두 3회를 추가함
3회기 상담 : 업무 적응, 관계 갈등 등 해소 원하는 특정 주제로 좁힌 원포인트 상담
→ 부담은 없으나 검사&해석상담을 포함하면 실제 상담 기간이 짧음
6회기 상담 : 직장/부부/가족 등의 원하는 주제로 충분한 상담 제공(*비대면 상담 병행)
→ 상담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지속 이용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형성됨
종합해보면 6회기 전후가 부담은 없으면서도 만족도가 높았고, 심리 검사&해석상담은 상담 진입로로써 유용했다. 이에 근거해 심리검사&해석을 포함해 5회기 정도가 적절한 횟수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대면+비대면 통합 상담
1차 프로젝트 때, 소방관은 갑작스런 출동이나 불규칙한 근무로 인해 예약을 취소하는 일이 잦았다. 상담 간격도 18일*로 긴 편이었다.
*전문 상담 기관에서 권장하는 회기 간격은 최대 2주로, 이를 넘어가면 상담 몰입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고안한 방법은 대면+비대면 통합 상담이었다. 6회기 상담에서 초반 1~3회는 대면 상담을 통해 상담사와 라포를 형성하되, 이후 원하면 ZOOM 상담으로 전환하는 식이다.
또한, 완전히 독립적인 공간에서 상담에 몰입할 수 있도록 스터디카페 이용료도 지원했다.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소방관들도 막상 경험해본 뒤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무료 상담 정보 제공
소방관이 활용할 수 있는 무료 상담 정보를 취합해 상담 종료 시에 제공했다. 한 차례 만족스러운 상담 경험을 해도, 정보를 몰라서 혹은 잘못 알고 있어서 상담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찾아가는 상담실’은 소방관이 가장 가까이서 이용할 수 있는 제도이지만 이를 ‘정확히’ 아는 소방관은 드물었다. 그래서 상담 내용이 유출될 수 있고 소방서 내부 공간에서 받아야 한다는 오해와 달리, 철저하게 비밀이 보장되고 외부 공간 활용이 가능한 점 등 정확한 팩트를 제공하고자 했다.
이 밖에도 비용 부담으로 외부 상담을 이용하지 못하는 소방관을 위해, 지자체 등에서 하는 무료 심리상담 지원 제도의 자격/시기/신청 절차 등을 상세히 정리해 제공했다.
무료 심리상담 지원 정보를 정리한 것

1차보다 개선된 방법들

예약을 더 쉽게, 메신저 예약
1차와 마찬가지로 2차 프로젝트에서도 첫 상담 기간 단축은 중요한 이슈였다. 상담 신청과 첫 상담 사이의 기간이 늘어지면 흐지부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1차 프로젝트에서 상담예약을 간소화하면 상담 시작을 앞당기는 효과가 있다는 걸 확인한 바 있다. 이번에는 카카오톡 메신저로 예약 방법을 더 간편하게 바꿔보았다. 그렇게 하자 소방관-상담센터 간 일정을 바로바로 조율할 수 있었고, 빠르면 3일 내로 첫 상담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카카오톡 메신저로 상담 예약을 하는 모습
회고와 마음 체크를 동시에, 마음건강 다이어리
1차 프로젝트에서 상담 회고 노트가 상담 몰입과 만족도 향상에 효과적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2차에서는 회고는 더 편하게 하면서도 일상에서 자신의 마음 상태에 관심을 갖도록 돕고 싶었다.
기존의 빈 노트 대신, 정신의학과 전문의의 심리 치유 다이어리 <오늘의 마음>을 활용했다. 매일매일의 마음 상태를 행복지수나 간단한 메모로 기록할 수 있어, 마음건강 관리 습관을 기르고 중요성을 느끼기에 적격이라고 생각했다.
심리 치유 다이어리 <오늘의 마음>

RESULT|상담 모델 최적화

소방관의 안정적인 상담 가능성 확인

상담 모델이 소방관에 최적화 되고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1차와 마찬가지로 아래 3가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았다.
첫 상담이 빨라졌는지 → 쉽게 진입할 수 있다
상담 간격이 줄어들었는지 → 더 잘 몰입할 수 있다
상담을 끝까지 완료했는지 → 상담이 만족스럽다
2차 프로젝트 결과, 소방관에 적절한 상담 모델에 다가섰다는 것을 데이터로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우선, 참여 결정부터 첫 상담 시작까지의 기간이 22일(PBR), 10.4일(1차)에서 6일로 줄어들었다. 처음과 비교했을 때는 73%, 1차와 비교했을 때는 42% 가량 줄어든 셈이다. 상담 간격 역시 14일로 안착되었으며 비대면 상담은 7일까지 줄어들기도 했다. 이는 근무가 불규칙한 소방관들도 안정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결과였다. 상담 완료율도 81%에서 90%로 소폭 증가했다.
*기준 기간 10일 : 필요성을 인지하고 상담을 신청하면, 보통 그 주나 다음 주에 첫 상담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7일과 14일의 중간 값인 10일을 기준으로 잡았어요
*기준 기간 14일 : 전문 상담 기관에서는 몰입을 위해 상담 간격이 최대 14일을 넘지 않도록 권고해요
상담에 참여했던 소방관들 역시 높은 만족도를 보였고, 마음 관리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과거의 나쁜 기억은 회피하기만 했는데, 이제라도 마음을 보살필 수 있어서 값진 시간이었어요.”
”상담 선생님께서 공감 뿐만 아니라 해결책을 제시해주시고 지지해주셔서 너무 좋았어요.”
“간단한 심리검사면 괜찮겠다 싶어 1회를 신청했는데, 막상 해보니 도움이 되는 것 같아 3회를 추가했어요. 그전에는 뭔가 문제가 있어야 상담을 받는다고 생각했는데, 상담을 받아보니 특별한 어려움이 없더라도 마음 관리를 위해 주기적으로 받아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갑작스럽게 근무가 바뀐 적이 있었는데, 상담을 취소하는 대신 잠깐 시간을 내어 비대면 상담을 받았어요. 초반에 상담사님을 직접 만나 터놓고 대화를 나누어서인지, 비대면으로 진행해도 효과가 떨어진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어요.”
상담을 완료한 소방관
2차 프로젝트를 통해 단기 상담과 비대면 상담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1차에서 검증했던 방법을 더욱 정교화함으로써 소방관에 최적화된 상담 모델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해 소방관에 최적화된 5회기 상담 프로그램을 정립하고 모델링 할 계획이다.

상담은 끝나도, 마음건강 관리는 계속되도록

반드시 상담이라는 방법이 아니더라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평상시 마음건강을 관리하는 것 역시 의미가 있다. 상담을 받는 동안에는 상담사와 담당자가 정기적으로 체크해주지만, 상담 종료 후 바쁜 일상 속에서 스스로 관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속 관리의 일환으로, 마음건강 다이어리를 이어가는 ‘마음 쓰기 모임’을 개설하기도 했다. 실명 대신 닉네임을 사용하고 소방관이 직접 모임장을 맡아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신경 썼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해보며, 상담 종료 후 1년 뒤까지도 추적 관리해보려고 한다.
이렇듯 2차 프로젝트에서는 상담 프로그램에 집중했다면, 이제부터는 소방관들이 프로그램 종료 후에도 마음건강 관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후속 관리에도 집중해 볼 계획이다.
한편, 심각한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깊이 있고 전문적인 상담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단기 상담과는 별개로, PTSD 치료를 위한 장기상담 프로그램 모델도 최적화 해보고 있다.
이런 여러 고민을 담아 2023년 9월부터는 3차 프로젝트도 진행 중에 있다. 그 이야기는 향후 공개될 예정이다.
정희선 매니저 hsjung@skhappines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