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PROBLEM|점자 문제집을 구하기 어렵다
점자 문제집이 있는데, 없다?
빳빳한 새 문제집을 만지고 책장을 넘겨보는 일. 새 학기를 시작하는 학생들에게는 너무나 평범하고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시각장애 학생들은 사정이 다르다. 시각장애 학생이 공부하려면 점자 문제집이 필요한데, 신학기에 맞춰서 구할 수가 없다. 1학기 문제집을 1학기가 거의 끝날 때 손에 얻는 웃지 못할 일도 생긴다.
“문제집이 자주 업데이트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있을 확률은 10~30%?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시각장애 학생 학부모
“어떤 때는 아예 못 본 경우도 있어요. 시험 다 끝나고 오니까 거의 못 봤던 것 같아요.” -시각장애 학생 학부모
“문제집 없이 시험 보니까 너무 힘들어요.” - 시각장애 학생
물론 점자 교재가 없는 건 아니다. 우리 사회는 시각장애인의 학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해왔고, 조금씩 해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정부에서는 시각장애인용 점자 교과서를 신학기에 맞춰 일괄 제공하고 있다. 문제집의 경우, 매년 국립특수교육원이나 복지관 등에서 시각장애 학생들이 희망하는 문제집을 무료로 점역*해준다. 이중 국립특수교육원에서 제작한 자료는 특수교육 학습 사이트인 ‘에듀에이블’에 들어가면 다운받아 이용할 수도 있다.
*점역 : 묵자(눈으로 읽을 수 있는 문자)를 점자로 번역하는 일
그런데도 학생들은 문제집을 구하기 어렵다고 한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행복나눔재단 시각장애 학생 참여그룹*을 통해 이 문제를 인식한 R&D Lab은, 그 원인을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다.
LAST MILE|문제집이 늦게 오는 문제에 집중해보자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시각장애 학생도 다른 학생들처럼 신학기 전에 최신 문제집을 구해 공부하는 것이다. 보통 시각장애 학생과 학부모는 신청 시기(보통 12월경)에 맞춰, 시중에 나와있는 문제집 중 원하는 것을 골라 정부기관 등에 점역을 신청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몇 가지 남아있는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여전히 남아있는 문제들
1.
신청한 문제집이 늦게 도착한다
먼저, 신청한 점자 문제집이 늦게 도착한다는 것이었다. 시각장애 학생과 학부모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점역을 신청하고 완성본을 받기까지 평균 5.1개월이 소요된다. 12월에 신청하면 5월에 받아보는 셈이다. 1학기 문제집을 신청해도 중간고사가 끝나야 도착하는 것. 그러다 보니 시각장애 학생들은 문제집을 보면서 예습은커녕 진도에 맞춰 공부하기도 어렵다. 문제집이 있지만 있으나 마나한 것. 본 리포트의 <점자 문제집 빨리 만들기 프로젝트>는 이 문제를 다룬 것이다
2.
소량만 신청할 수 있다
신청 수량도 제한되어 있다. 국립특수교육원에서 시각장애 학생 한 명당 지원하는 점자 문제집은 연간 4~6권 정도이다. 복지관에서도 점자 문제집을 지원하지만 이 역시 신청가능 수량이 제한되어 있어 원하는 만큼 구할 수 없다. 사비로 제작하려고 하면 적게는 2~5백 만 원, 많게는 2천 만 원(수학 과목) 가까이 들기 때문에 엄두를 낼 수 없다. 비시각장애 학생들이 가까운 서점에 가서 2만원 짜리 문제집을 마음껏 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3.
예전 문제집도 찾기 어렵다
기존에 만들어진 문제집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어느 기관에서 어떤 문제집을 만들었는지 정보를 찾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문제 자세히 보기
우리가 집중할 Last Mile은…
살펴본 문제 중 우리가 해 볼만한 일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그래서 새로 신청한 문제집이 늦게 도착하는 [문제1]과 기존에 만들어져 있는 문제집을 찾기 어렵다는 [문제3]에 집중하여 솔루션을 구체화해보기로 했다. 신청 수량을 늘리는 [문제2]의 경우, 특정 솔루션이 필요하다기 보다는 결국 추가 예산 투입으로 풀 수 밖에 없는 문제라고 생각해 우선순위에서 제외했다.
본 리포트는 새로 신청한 문제집이 늦게 도착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점자 문제집 빨리 만들기 프로젝트>의 이야기다. 기존 문제집을 찾기 어려운 [문제3] 역시 의미있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는데, 그 이야기는 <점자 문제집 검색 개선 프로젝트> 리포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점자문제집 검색 개선 프로젝트> 바로가기
따라서 여기서는 점자 문제집이 늦게 도착하는 것을 Last Mile*이라고 정의한다. 즉, (신규) 점자 문제집이 제작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간고사가 끝나고 도착해 시각장애 학생들이 실제로 활용하기 어려운 것이 문제의 핵심이자, 메워야 할 간극이라고 본 것이다.
사회문제의 Last Mile*
Project Note
Last Mile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최종 사용자이다. 여기서 최종 사용자는 시각장애 학생에 해당한다. 만약, 최종 사용자에 주목하지 않았으면 ‘점자 문제집 이미 있네?’하고 끝났을 것이다. 시각장애 학생의 입장에서 문제를 봤기 때문에, 문제집이 있어도 제때 활용할 수 없다는 ‘간극’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SOLUTION|제작·제공 단위를 단원으로 바꾸면?
솔루션 아이디어1 : 점역이 끝나는 대로 바로 주자
같은 양의 자원으로 학생들의 니즈를 더 효과적으로 해결하려 했기에, 다른 관점이 필요했다.
먼저 주목한 것은 문제집의 전달 시점이었다.
참여그룹 학생들의 공부 패턴을 관찰해 보니, 하나같이 1단원부터 차례대로 공부하고 있었는데(사실 이는 비장애인도 마찬가지일 것). 여기서 우린 ‘학기 초부터 문제집 전체가 필요한 건 아니다’라는, 어쩌면 당연해 보이지만 아무도 관심 갖지 않았던 사실에 주목했다. 실제로 적극적인 학생·학부모는 점역 기관에 따로 연락해 일단 완성된 단원 먼저 요청하는 사례도 있었다.
“원래는 개학 전에 받아야 하는데, 그렇게 안되니까 급하게 부탁을 해요. 1단원만 미리 달라든지… 뭐 이런 식으로 문제집을 쪼개서 받는 거죠.” -시각장애 학생
그렇다면 문제집을 아예 단원 단위로 제공하면 어떨까? 문제집 한 권을 다 점역해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각 단원의 점역이 끝나는 즉시 시각장애 학생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1단원부터 주면 적어도 마지막 단원이 점역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솔루션 아이디어2 : 여러 명이 동시에 점역하자
그 다음에 살펴본 것은 제작 과정이었다.
점자 문제집이 늦게 도착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제작 자체가 오래 걸리는 것이다. 이는 점역 기관을 인터뷰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얘기이기도 했다.
점자 문제집을 신청하면 점역 기관은 새로 제작에 들어가는데, 보통 스캔>문자인식>교열>점역>교정 5단계를 거친다.
점자 문제집 제작은, 점자의 특수성과 환경&기술의 한계로 인해 자동화 수준이 낮다. 그러다 보니 전 과정에 걸쳐 점역교정사*의 수작업이 많이 필요하고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다.
*점역교정사 : 묵자로 된 학습자료를 점자로 번역하고 교정하는 전문가
점자 문제집 제작이 오래 걸리는 이유 자세히 보기
이러한 물리적 시간을 줄이기 위해 업계에서도 고민과 연구를 거듭해왔다. 대표적으로 거론된 방안은 원본파일 확보와 기술개발이었다. 문제집 원본파일이 있으면 스캔&문자추출 단계가 생략되고 교열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출판사들이 일제히 원본파일을 오픈하려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OCR 프로그램과 점역 프로그램을 개선해 정확도를 높이면 교열, 점역, 교정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발에는 많은 시간과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시도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새로이 주목한 건 점역교정사 작업의 분업이었다.
일반적인 방식은 점역 담당과 교정 담당 각각 한 명씩 문제집 한 권을 전담하는 것인데, 200페이지에 달하는 문제집을 혼자 작업하다보니 한 권이 완성되기까지 오래 걸린다. 이를 여러 명이 분담해 동시에 만든다면 전체 제작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점역 기관들에 따르면) 편집 양식의 일관성 결여, 숙련 점역교정사 부족 등의 문제가 예상되지만, 그렇다고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우리의 솔루션 : 여러 명의 점역교정사가 단원별로 제작해보자
최종적으로 고안한 솔루션은 단원별 제공 + 다수에 의한 분업 = 단원별 동시 점역이었다.
기존에는 단일 점역교정사가 문제집 한 권을 맡아 제작하고 통권으로 제공했다면, 다수의 점역교정사가 단원을 나누어 제작하고 단원별로 제공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문제집 제작&제공 단위를 ‘단원’으로 새롭게 인식해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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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방식 : [제작] 문제집 통권을 점역교정사 한 명이 작업, [제공] 통권이 완성되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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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루션 : [제작] 단원 별로 각기 다른 점역교정사 작업, [제공] 단원이 완성되면 제공
이 모델이 잘 작동한다면 점자 문제집 제공 시기를 훨씬 앞당길 수 있고, 시각장애 학생들은 문제집을 십분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참여 인원(점역교정사)이 늘어나는 만큼 관리하는 품은 더 들지 몰라도, 전체 작업 양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에 비용도 기존 제작비와 비슷할 것 같았다.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Project Note
‘오늘의 솔루션’에 집중했다. 가장 많이 지적되던 문제가 기술과 예산이었다. 하지만 당장 바꿀 수 없기에, 같은 기술과 예산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물론,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내일의 솔루션’도 필요하다. 하지만 바로 실행할 수 있는데도, 눈에 띄는 혁신이 아니어서 외면 받는 것들도 분명 존재한다. 그래서 비교적 빠르게 가능한 ‘오늘의 솔루션’에 집중하는 것이 우리의 방식이다.
PROJECT|단원별 동시 점역을 처음 시도하다
솔루션 검증을 위한 가장 작은 프로젝트
단원별 동시 점역 테스트 개요
- 기간 : 2020. 12 - 2021. 4 (4.5개월)
- 목적 : 다수 점역사에 의한 단원별 점역 방식의 효과성 확인
- 방법 : 중학교 1학년 국어&영어 과목 점자 문제집을 제작해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제공
- 소요예산 : 4,570,000원
다수에 의한 단원별 동시 점역. 이론적으로는 가능해 보이는데 실제로 작동할지는 의문이었다. 그래서 빠르고 작게 테스트 해보기로 했다.
테스트의 주된 내용은 단원별 동시 점역 방식으로 점자 문제집을 직접 제작·제공하는 것이었다. 규모는 솔루션의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선에서 가장 작게 가져가기로 했다. 그래야 빠르게 진행할 수 있고 실패 시 부담이 적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단 기간 : 점자 문제집 제작부터 제공까지 한 싸이클을 돌려보기로 함
최소 비용 : 교열과 점역에 필요한 비용만 책정함. 점역용 스캔기기(300~400만원)는 별도로 구입하지 않고 대여함
최저 난이도 : 상대적으로 점역이 쉬운 중학교 1학년 국어&영어 문제집을 제작
작은 테스트, 그렇지 못한 과정
테스트 규모는 작을지 몰라도 실행하는 입장에서는 큰 시험과도 같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누구도 시도해본 적이 없기에 매뉴얼도 없고 어떤 난관이 있을지 예상조차 하기 어려웠다. 직접 부딪혀가며 하나씩 만들어 가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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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1. 새로운 방식에 관심있는 점역교정사&학생 모으기
먼저, 테스트에 참여할 점역교정사를 모집했다. 우선은 초기 테스트 단계였고 기존과는 다른 방식이었기에, 관련 기관을 통하지 않고 알음알음 홍보하는 방법을 택했다.
모집 대상의 경우, 문제집 교열·점역이 가능하고 분업 방식에 동의하는 분이라면 경력은 크게 따지지 않기로 했다. 국어&영어 과목은 경력이 다소 짧아도 충분히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무엇보다 단원별 업무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당시 사용했던 점역사&교정사 모집 공고문
사실 해보기 전에는 수요가 있을지 알 수 없었기에, 모집도 하나의 테스트나 다름 없었는데. 결과적으로, 2주 동안 총 14명이 지원해 수요가 없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문제집 단원별 제공 방식을 희망하는 시각장애 학생들도 7명이나 모였다. 점자 문제집 제작과 제공을 위한 기본 요건이 성립된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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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2. 문제집 점역 가이드라인 맞추기
처음 단원별 제작 아이디어를 냈을 때, 업계에서 가장 우려했던 건 통일되지 않은 양식이었다. 규정이 있긴 하지만 세부적인 사항까지 다루고 있지 않아, 점역교정사들마다 조금씩 스타일이 다른 것. 예를 들어 어떤 점역교정사는 밑줄을 표시하기 위해 2칸을 띄운다면, 어떤 점역교정사는 4칸을 띄운다. 따라서 한 권의 문제집 안에서 단원별로 편집 방식이 다르면 보는 학생 입장에서 혼란스러울 거라는 설명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최우선으로 고려한 건 학생들의 의견이었다. 학생들은 “양식 다른 거 감안하고 보면 돼요. 빨리 받는 게 더 중요해요” 입장이었기에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리고 심플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양식이 중요하면 양식을 정하면 된다’고. 그래서 각 문제집의 1단원을 담당하는 점역교정사가 가이드라인을 정하면 나머지가 따르는 걸로 했다. 물론, 뒤쪽을 담당한 점역교정사가 해당 과목에 더 능통해 양식을 다시 잡아주는 등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단원을 거듭하면서 양식은 차츰 안정되었다.
1단원을 기준으로 한 점역 가이드라인 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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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3. 분업 스케줄 짜기
본격적인 문제집 제작에 앞서 단원을 분배했다. 먼저, 점역 경험을 고려해 국어에 점역 담당 5명과 교정 담당 1명을, 영어에 점역 담당 2명과 교정 담당 1명을 배치했다. 양식 일관성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교정 담당은 과목별로 1명씩만 배치했다. 그리고 나서 먼저 과목/단원별 제작 일정을 세팅하고 점역교정사들이 각자 가능한 일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국어 점자 문제집 제작 일정
영어 점자 문제집 제작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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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4. 본격 문제집 만들기(+앞 과정 무한반복)
그리고 드디어 시작된 단원별 동시 점역.
실제 점자 문제집 제작 과정은 예상보다 더 복잡했다. 순서대로 교열-점역-교정하면 끝나는 일직선의 과정이 아니라, 끊임없이 피드백과 수정이 오가는 나선형 과정이었던 것. 따라서 만드는 도중에도 세밀한 조정이 계속되었는데. 제작 일정을 체크하고, 바뀐 양식을 공유하는 등 점역교정사들과 수시로 소통하며 중간에서 조율하는 역할을 직접 수행했다.
문제집 제작 과정에서 점역교정사들과 소통했던 내용 예시
이러한 시행착오를 거쳐 3월 11일 영어 1단원을 시작으로, 4월 21일 영어 마지막 단원까지 무사히 문제집을 전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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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제공 기간 : 3월 16일(1단원) ~ 4월 6일(5단원)
◦
영어 제공 기간 : 3월 11일(1단원) ~ 4월 21일(5단원)
단원별로 분리한 국어&영어 문제집
Project Note
테스트를 하면서 문제를 더 선명하게 알 수 있었다. 내가 세운 가설이 틀리기도 하고, 예상보다 더 품이 많이 들어 기관들이 왜 이 방식을 안 쓰시는지도 느끼고… 직접 해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들이다. 인터뷰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문제가 많다. 그래서 완벽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기 위해 준비에 많은 시간을 들이기 보다는, 새로운 배움을 기대하며 ‘일단 해보자!’하는 편이다.
RESULT|문제집, 제때 빨리 도착하다!
3분의 1로 줄어든 점자 문제집 제작 기간
테스트 결과는 어땠을까?
먼저, 단원별 제공을 통해 문제집 1단원을 학기 시작 전에 전달했다. 시각장애 학생들이 1단원이 필요하다고 답한 시기(개학 한 달 이내)와 실제 전달 시기를 비교했을 때, 기존에는 27.6일 지연되었다면 테스트에서는 14일 일찍 전달되었다. 학기 시작과 동시에 문제집을 받아 예습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동시 점역으로 문제집 한 권의 제작 기간도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기존 국어&영어 점자 문제집의 평균 제작 기간은 150일이었는데, 테스트에서는 42.5일이 소요되었다. 줄어든 제작 기간 덕에, 국어&영어 전체 문제집을 각각 4월 초, 중순에 전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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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39일 소요 : 점역 7.7일(1~14일), 교정 5.3일(3~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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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46일 소요 : 점역 7.6일(2~26일), 교정 4.2일(2~6일)
실제로 문제집을 받아본 시각장애 학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이를 통해 문제집을 제때 받는 것이 학습에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제집이 빨리 와서 예습할 수 있었어요"
“문제집으로 공부하고 복습도 하니까, 발표할 때도 수월해졌어요”
“문제집을 같이 보니까 영어 실력이 확실히 늘었어요.”
“전에는 시험 보면 망한 것 같았는데, 이번엔 80~90점은 넘겠구나 싶어요”
단원별 동시 점역, 불가능한 건 아닐지도
이 테스트를 통해 단원별 제작 방식의 효과와 더불어 단원별 동시 점역 모델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원별 동시 점역 모델에 대한 공급(점역교정사)과 수요(시각장애 학생)를 확인함
단원별로 나누어 점역해도, 학생들이 학습하기에는 문제없는 퀄리티가 나옴
제작 기간이 단축되는 걸 확인함
첫 번째 시도였고 조율 시간이 꽤 길었기에, 향후에는 기간이 더 줄어들 여지도 있었다. 다만, 이 테스트는 소규모이기 때문에 문제집 권수나 인원, 학년, 과목 등 변수가 생기면 또 다른 문제에 맞닥뜨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단원별 동시 점역 방식이 하나의 모델로써 실현 가능하고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데에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Project Note
테스트가 나름 성공을 거두고 나서 든 생각은 ‘세상에는 시도도 안 해본 일들이 많겠구나’,’ 우리가 할 일이 많겠구나’ 였다. 사실 문제를 깊이 고민하고 실험할 수 있는 시간과 자원을 가진 곳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최적의 문제해결 모델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 역할이 필요하고,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단원별 동시 점역 모델은 행복나눔재단 세상파일팀의 <시각장애 학생 점자 학습자료 제공 프로젝트>로 안착되어 발전을 이어가고 있다. [자세히 보기]
김영 매니저
young.kim@skhappines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