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댑핏 스튜디오 프로젝트_2단계 (2023.1~2024.12)
목차
Intro
장애인들이 일상에서 운동할 곳이 없다는 문제를 인식한 유승제 매니저는 장애 전문 PT 스튜디오 모델을 개발해 확산하는 <장애인 PT 스튜디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문제 정의&솔루션 도출 이야기 읽어보기
스튜디오 모델을 개발하고 확산하기까지, 아래와 같이 크게 3단계를 상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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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장애 전문 PT 스튜디오 개설하기 [읽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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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지속 가능한 모델 개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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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검증된 스튜디오 모델 공유하기 (진행중)
이전 1단계 글에서는 국내 최초 장애 전문 헬스케어 센터 ’어댑핏 스튜디오-서울점’을 구상하고 오픈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본 리포트는 2단계인 지속 가능한 모델 개발, 달리 말해 돈 버는 장애인 PT 스튜디오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유승제 매니저의 관점에서 정리한 것이다. 특히, 첫 2~3년에 걸쳐 어떻게 고객을 모으면서 스튜디오 가동률을 높였는지를 자세히 다룬다.
*어댑핏 스튜디오-서울점의 실제 운영은 하루하루움직임연구소가 맡아서 했다. 행복나눔재단 R&D Lab은 스튜디오가 ‘장애인이 운동하기 최적의 공간&프로그램’으로 자리잡는 데 필요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PROJECT 2단계|돈 버는 장애인 PT 스튜디오 만들기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동네에 있는 일반 운동센터들도 장애인 고객을 받을 수 있도록, 장애인 PT 스튜디오 모델을 만들어 보여주는 것이다.
일반 운동센터들이 ‘우리도 한 번 해볼까?’ 생각이 들려면 스튜디오 모델 자체가 지속 가능해야 한다.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적자를 보면서까지 하고 싶은 곳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2022년 12월,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어댑핏 스튜디오-서울점’이 을 오픈한 이후부터는 스튜디오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며 공간과 프로그램을 최적화 해나감과 동시에, 자립할 수 있는 적정 규모와 조건을 찾기 시작했다.
잠재 고객 모으기
처음에는 솔직히 이 정도의 공간과 위치에서 어느 정도의 매출이 나오고, 어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매장을 직접 운영해 본 경험도 없었을 뿐더러 스튜디오가 위치한 곳이 일반적인 상권도 아니라서 추정할만한 근거도 찾기 어려웠다. 게다가 공사가 한창인 산업단지 안쪽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터라 이런 곳까지 사람들이 잘 찾아올 수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
어댑핏 스튜디오 주변을 PT로 검색해서 나온 결과. 지하철역 근처나 대로변에는 운동센터들이 몇 곳 있지만 안쪽에는 어댑핏 스튜디오가 유일하다
어댑핏 스튜디오에서 본 풍경, 글 발행 시점 기준으로는 건물이 올라오고 있지만 오픈 당시에만 해도 빈 공터에 잡초가 무성했다
우선은 어댑핏 스튜디오 인스타그램 계정을 새로 개설해 공사 진행 상황을 알렸다. 다행히 부산에서 시작된 어댑핏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해당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유입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어댑핏은 하루하루움직임연구소가 운영하는 부산의 장애 전문 헬스케어 센터이다. 재단은 하루하루움직임연구소와 협력해 ‘어댑핏 스튜디오-서울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후 부산의 어댑핏도 어댑핏 스튜디오로 이름을 바꿨고, 그 사이 대구에도 지점을 확장했다. 현재는 어댑핏 스튜디오 서울점, 부산점, 대구점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공사 사진을 5~6차례 올리며 팔로워를 모은 뒤부터는 스튜디오 가오픈 날짜를 공지하고 사전 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예약 폼을 작성하는 단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성함, 연락처, 희망 프로그램 정도만 수집했다. 한 달만에 40여명이 사전 예약을 신청해주셨다.
부산 어댑핏에서 유입된 고객이 자신의 지인들에게 추천하고, 재활병원에서도 소개하기 시작하면서 어댑핏 스튜디오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기 시작했다.
어댑핏 스튜디오 정식 오픈에 앞서 인스타그램에 공사 진행 사진을 올리며 잠재 고객을 모았다
오픈 6개월 차에 찾아온 위기
정식 오픈 후, 처음엔 코치 2명의 스케줄이 꽉 찰 정도로 고객이 늘어 새로운 코치를 선발하고 교육하기에도 정신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처음 몇 달은 수업 시수가 올라갔다. 문제는 오픈 6개월차에 찾아왔다. 꾸준히 늘어나던 수업이 5월 들어서 갑자기 줄어든 것이다. 이때까지 스튜디오의 모든 수업은 1:1 PT였기 때문에, 수업은 곧 매출과 회원이 줄어든다는 말이었다. 그전까지는 다른 걸 따질 겨를 없이 수업 시수 정도만 추적했다면, 슬슬 전환률을 살펴봐야 할 때였다.
어댑핏 스튜디오의 고객 초기 여정에는 두 번의 전환이 있다고 보았다.
첫 번째는 신규 등록. 스튜디오를 방문해서 상담을 받은 후 첫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이다. 보통은 3회에 걸쳐 신체 기능을 평가해 맞춤 운동을 진단하는 ‘어댑피팅(Adapfiting)’ 서비스를 많이 권했고, 실제로 많이 구매하였다.
두 번째는 재등록. 약 2주 간의 어댑피팅이 끝나고 PT 운동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이다. 보통 PT 10회 또는 20회권을 구매했다. 회원들이 향후 스튜디오를 지속적으로 이용하는가가 여기 달려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전환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상담 → [신규 등록] 첫 서비스 구매 → [재등록] PT 서비스 구매
스튜디오의 신규 등록/재등록 추이를 살펴본 결과, 2023년 3월부터 감소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재등록 고객이 두 달 사이 81%나 줄어 대책이 시급했다. 우리 스튜디오를 맛봤는데도 지속 이용을 안 한다는 것은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스튜디오 운영을 담당하는 팀장님께도 여쭤보기도 하고, 스튜디오로 출근해 하루 종일 머물면서 상담 받는 고객들의 반응을 관찰했다. 공통된 피드백은 PT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것.
“방문하면 대부분 첫 구매는 하시는 것 같아요. 근데 이후 운동 서비스를 결제 할 시점이 되면, 경제적으로 부담을 많이 느끼시는 것 같아요. 30분 수업은 어렵냐, 5회만 결제하면 안 되냐(기본 10회) 등등 문의하시는 분들이 있었어요. ” - 어댑핏 스튜디오 팀장
“주변 권유로 방문해서 첫 상품까지는 결제해서 이용했지만, 100만원 가까이 되는 PT 서비스를 이어가기엔 경제적인 부담이 컸어요” - 스튜디오 회원
사실 어댑핏 스튜디오의 PT는 회당 평균 7.5만원* 정도로, 일반적인 PT 전문 스튜디오 가격(5~10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주로 병원에서 치료만 받지 이런 스튜디오를 이용해본 적이 거의 없는 장애인 회원들의 경우, 가격에 대한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10회면 8~9만원, 20회면 7.5~8.5만원, 30회면 7~8만원 선
어떻게 하면 높은 가격 탓에 발걸음을 돌리는 고객들을 스튜디오로 잡아둘 수 있을지 방안이 필요했다.
그룹 운동으로 고객 붙들기
사실 비장애인에게도 PT 가격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운동 센터들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서 고객의 발길을 끄는 걸까?
우리가 찾아낸 답은 그룹 운동(이하 GX)이었다. 어댑핏 스튜디오는 처음 공간을 설계할 때부터 그룹 운동을 염두하고 크로스핏 스테이션도 설치했었는데,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가 된 것 같았다.
GX를 고려했던 이유는 몇 가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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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이 고정된 PT와 달리, 참여 인원에 따라 보다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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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때문에 망설이는 회원들에게 보다 낮은 가격의 선택지를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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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들과 함께 했을 때 운동을 지속할 확률이 높다. 즉, 회원 유지에 도움이 된다
때마침 주변에도 GX 전문 스튜디오가 하나둘 늘어나는 게 보였지만, PT와 GX를 둘 다 하는 운동 센터는 드물었다. PT와 GX는 스튜디오 운영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가 대상으로 하는 장애인 고객은 대규모 수업이 어렵고 사고 위험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기획하면서도 반신반의 했던 것 같다. 그래서 1년여에 걸쳐 다양한 테스트를 하면서 어댑핏 스튜디오에 적합한 방식을 찾아야 했다.
테스트1 : 크로스핏 수업 개설하기
2023년 6~8월
GX 중에서도 주목했던 건 크로스핏이었다. 크로스핏은 근력, 유연성, 협응력 등 다양한 신체 능력을 골고루 키우는 피트니스 프로그램으로 보통 그룹 수업으로 진행된다.
당시 했던 또 다른 고민은 스튜디오가 너무 ‘고요하다’는 것이었는데. 기구 다루는 소리도 쾅쾅 나고, 유산소 기구에서 쉬익 쉬익 바람소리도 좀 나야 운동하는 곳 같을텐데, 어댑핏 스튜디오에는 그런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무거운 도구를 잘 사용하지 않는 탓도 있지만, 대부분의 운동이 전동 베드나 필라테스 베드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들리는 소리라곤 짐볼을 튕기는 소리 정도였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이나믹(Dynamic) 한 스푼만 더해졌으면…!’
그리고 다이나믹 하면 크로스핏을 빼놓을 수 없다. 다행히 스튜디오에는 크로스핏을 경험했던 코치님도 있었고 어댑핏 본점(부산)에는 커리큘럼을 만들어줄 수 있는 실장님도 계셨다.
하지만 크로스핏 동작을 그대로 가져오기는 어렵기 때문에 장애인에 맞게 ‘변형’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게다가 같은 뇌병변·지체 장애더라도 신체 기능이 다 다르기 때문에 여러 변형 동작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그날의 운동을 A > B > C로 정해두었다면, 각 운동마다 ①기본 동작, ②편마비와 같이 좌우 신체능력이 비대칭인 사람, ③하지나 코어 조절이 힘든 사람, ④근력 자체가 약한 사람, 이 4가지 경우에 대한 동작을 준비해야 했다. 그렇다고 반드시 3 X 4 = 12개의 동작이 필요했던 것은 아니고, 변형이 필요 없거나 변형 방식이 겹치는 동작도 있었다.
또 하나 남은 문제는 사람을 모으는 것. 1:1로 진행하는 PT만 받던 회원들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운동하는 걸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이 많았다. 그래서 기획한 것이 환급 이벤트였다. 4주 연속 출석하면 100% 환급해주는 이벤트로, PT보다 저렴한 가격*에 한 달을 더 다닐 수 있으니 회원들이 실제로는 부담하는 건 20%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당시 PT 가격은 회당 평균 7~9만원. GX는 회당 3만원
기존 스튜디오 회원과, 상담은 받았지만 가격 때문에 이용하지 않았던 분들을 대상으로 홍보한 결과, 한 달 만에 10명이 크로스핏 수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첫 달 자부담으로 시작해, 둘째 달에는 환급 받은 포인트로 이용했고, 셋째 달에는 다시 자부담으로 이용을 지속했다. 당시 PT를 이용하는 회원이 45명(2023년 7월 기준)이었으니, 전체 회원의 약 20% 정도가 반응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10명 중 ‘PT 가격에 발걸음 돌린 고객’은 2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8명은 PT를 이용하면서 크로스핏을 추가로 이용하는 기존 회원들이었고, 그 중 1명은 바우처*로 월1회 PT를 이용하던 회원이었다. 아무래도 기존 회원들이 이런 프로그램이나 이벤트 정보를 더 쉽게 접할 수 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장애인 중 취약계층에게 월 9.5만원씩(’23년 기준) 스포츠 강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제도(장애인스포츠강좌이용권)
이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는 크게 두 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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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X를 통한 발걸음 돌리기의 ‘가능성’ 정도는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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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를 이미 이용하고 있음에도 GX를 추가로 더 이용한다는 것은, PT와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낀다는 의미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스튜디오 활성화에 있어 GX(크로스핏)의 긍정적인 점을 발견한 것. 이러한 특성을 살려서 2차 테스트에서는 프로그램을 조금 더 발전시켜 보기로 했다.
테스트2 : 크로스핏 수업 늘리기
2023년 9~11월
두 번째 테스트에서도 회당 3만원 가격과 (신규 대상) 환급 이벤트를 이어갔다. 신청자들이 희망하는 수업 날짜와 시간을 받아 크로스핏 수업을 개설했다.
더불어, 참여를 유도하고 재미를 줄만한 요소로 ‘어댑핏 챌린지’를 개발해보기로 했다. 특정 챌린지 동작을 수행하고 개인 기록을 쌓는 이벤트로, 장애인 회원들에게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같았다. 동작은 크로스핏 기반으로 10가지를 선정했다. 유산소 2개, 바벨 근력 운동 3개, 맨몸 운동 3개, 볼과 점프박스를 이용한 운동 2개가 최종 선택되었다.
이 역시 신체 기능에 따라 각기 다른 변형 동작을 적용했다. 개개인에 맞게 드는 무게나 뛰는 높이를 다르게 적용한 것은 물론, 사용하는 기구나 동작을 바꾸기도 했다. 예를 들어, 편마비와 같이 좌우 균형이 다른 회원은 두 손으로 드는 바벨이 아니라 한 손으로 드는 덤벨을 이용하게 했고, 뛰는 동작이 어려운 회원은 박스로 점프하는 대신 박스 주변을 왔다갔다 하는 동작으로 대체했다. 이런 경험과 노하우는 장애인 피트니스 대회 <어댑핏 게임즈(Adapfit Games)>를 기획할 때도 큰 도움이 되었다.
챌린지에 참여한 회원들의 기록을 집계할 수 있는 페이지도 제작했다.
회원들의 기록을 집계하는 페이지
Project Note
챌린지를 기획하게 된 데에는 F45에서의 경험이 컸다. 당시 F45에서는 다양한 기록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측정 주간 동안 매일 바뀌는 동작에 대해 자신이 얼마나 수행했는지 기록하면 이를 점수로 산출해줬는데, 나의 과거 점수와 비교하거나 다른 사람의 점수와 비교해볼 수도 있는 점이 좋았다. 이렇듯 내가 직접 해보고 재미를 느꼈던 부분을 적용한 것이 챌린지였다.
그 결과, 3개월 동안 참여자는 15명 내외로 계속 유지되었고, 수업도 주 3~4회 개설되었다. 1차에 이어 2차 테스트에서도 GX(크로스핏)의 가능성과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 할 수 있었다. 특히, 챌린지를 통해 수업에서 회원들이 다양한 동작을 시도해보게 하고, 운동 권태기가 오지 않도록 분위기를 환기시킨 점이 긍정적이라고 느꼈다.
한편으로는 고민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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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자를 모아 일정을 맞춰 수업을 개설해주는 방식으로는 모집에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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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들이 좀 더 자주 스튜디오에 나오게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3차 테스트에서는 수업 개설 방법과 이용권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
테스트3 : 크로스핏 GX* 수업 상시 개설하고 테마 적용하기
2023년 11월 ~ 2024년 3월
*테스트2까지는 GX 중 크로스핏을 중심으로 진행했고, 테스트3부터는 크로스핏을 비롯한 여러 프로그램을 함께 구성했기 때문에 GX라고 표기하겠다.
테스트3에서는 GX 수업 개설 방식을 바꾸었다. 지금까지는 신청자를 모은 뒤 일정을 조정해 개설했다면, 3차에서는 수업을 먼저 세팅하고 신청자를 받았다.
매일 1회 이상의 GX 수업이 열리도록 배치했고, 요일 별로 각기 다른 테마를 적용했다. 처음에는 유산소-근력 정도로 나눌 생각이었으나, 논의하다 보니 테마화 할 수 있는 동작이 많았고 최종적으로 5가지의 테마를 선정하게 되었다. 회원마다 원하는 운동의 목적과 강도가 다르니, 테마가 다양하면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Project Note
GX 수업을 상시화 하면서 들었던 고민은 수업 개설에 대한 금전적인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었다. 수업을 위해 시간을 빼두었는데, 신청자가 적어 나 아예 없어서 수업이 열리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단이 최소 금액을 보장해주고, 수업을 신청한 회원의 결제 금액 만큼 빼고 지급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회원 결제 금액이 보장 금액보다 컸기 때문에 실제로 지급한 금액은 없었다.
한 달 동안 횟수에 관계없이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무제한 이용권’도 도입했다. 한 달 동안 횟수에 관계 없이 GX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주 2회 이상 나올 경우 금전적인 혜택이 있게끔 가격을 24만원으로 설정했다.
또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적용하기 위해, 부산 어댑핏 본점에서 주기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체계를 만들었다. 무게, 거리, 횟수, 세트수 등을 포함한 기본 크로스핏 동작의 데이터 베이스를 만들고, 이를 조합하여 테마별 운동 루틴(WOD, Workout of the Day)을 구성했는데. 이런 준비 덕에 코치들은 동작 구성에 대한 부담을 덜고, 다양한 장애 유형의 회원에게 개별적 코칭을 제공하는 데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여기에 앞서 개발했던 ‘어댑핏 챌린지’를 수업과 연계해, 수업에서 동작을 연습하고 기록할 수 있게끔 했다. 시기 상 챌린지보다 ‘어댑핏 게임즈’ 피트니스 대회가 먼저 개최되었기 때문에 2차 테스트 때만큼 활발하게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참여하지 못한 회원들이 같은 동작을 해보며 대회를 간접적으로 체험했다는 면에서는 의미가 있었다.
크로스핏 동작 데이터 베이스 예시
3개월 동안 참여자는 15~20명 사이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었고, 대부분 매일 1개 이상의 GX 수업이 운영되었다.
3차에서는 GX 수업 상시 개설과 무제한 이용권 도입을 시도해보았는데. 이에 대한 피드백은 아래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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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 개설] 같은 요일에 같은 멤버로 운동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함께 운동할 수 있다는 점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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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한 이용권] 초기에 반짝했으나 점차 신청자가 감소했다. 주 2회 이상 나와야 의미가 있는데, 원거리에서 오는 회원들 특성상 주 2회 이용까지는 어려웠던 것. 결국 기간권은 없애기로 결정했다.
스튜디오 회원들의 특징 2가지(함께 운동하는 것을 좋아한다, 주 2회 이상 나오기 힘들다)에 주목해 4차 테스트를 설계했다.
테스트4 : 크루 시스템 도입하기
2024년 4월 ~ 7월
4차에서는 GX 방향을 다시 설계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선, 스튜디오 회원들이 현실적으로 ‘주 2회 이상 나오기 어렵다’는 것을 3차에서 확인했다. 따라서 매일 운동하는 것을 전제로 만든 테마도 유지할 이유가 없었다. 대신 ‘함께 운동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에서 힌트를 얻어 ‘크루(Crew)’ 시스템을 적용해보기로 했다.
세팅되어 있는 GX 수업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같이 운동할 수 있도록 팀을 결성해 주는 것이다. 기존에 같은 요일&시간대에 운동하시던 분들의 의향을 확인해 한 팀씩 크루로 전환했다.
크루 시스템이 새로 생겼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온라인 페이지를 개설하고 스튜디오 앞 복도에 크루별 보드도 만들었는데. 크루마다 이름을 짓고 소개글을 쓰고, 크루 멤버들끼리 사진을 찍어 붙여 놓는 등 적극적으로 이용해주셨다.
Project Note
처음 크루별 보드를 구상했을 때는 시트지를 제작할 생각이었지만,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들었다. 그래서 철제 보드를 사서 직접 시트지를 직접 오려 붙여서 만들었다. 완성된 보드를 붙이는 것도 시행착오가 따랐다. 테이프로 붙였더니 하루만에 우두두 떨어진 것. 벗겨진 페인트를 다시 칠하고 고정장치를 추가했다.
척수손상, 뇌성&소아마비, 편마비, 골형성부전증 등 장애 유형별 크루도 생기고 여러 유형이 혼합된 크루도 생겼다.
한편, 기존 GX 팀 중에 한 팀은 의도적으로 크루로 전환하지 않고 Open GX로 남겨두었는데. 스튜디오에 처음 왔거나 아직 마음 맞는 운동 친구를 만나지 못한 회원들을 위해, 주 1회 정도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그룹 운동 수업을 배치해두었다. 신규 회원은 체험용 오픈 GX 수업에 참여하다가 장애 유형이나 원하는 요일을 선택해 크루에 합류할 수 있다.
이때 결성된 크루는 만 1년이 지난 지금도 유지되고 있으며, 2025년 4월 기준으로 총 10개 크루, 30명의 멤법가 활동 중이다.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운동할 수 있도록 크루 시스템을 도입했다
테스트가 남긴 인사이트와 질문
어댑핏 스튜디오에 맞는 GX 방식을 찾았다
이렇게 4번, 기간으로 따지면 1년에 걸쳐 어댑핏 스튜디오에 GX를 도입했다. 현재까지는 이 크루 시스템이 어댑핏 스튜디오에 가장 잘 맞는 GX 방안인 것 같다. 결과만 보면 테스트 1~3이 시행착오의 과정 같지만, 사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마음 맞는 사람들을 찾아준다는 것을 불가능했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그룹이 형성될 수 있도록 사람들을 모았던 이전의 테스트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크루 시스템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적정 GX 인원을 찾았다
또 다른 인사이트는 적정 GX 인원을 찾았다는 것이다.
최대 운영 가능한 인원은 공간, 도구(기구), 코치의 티칭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참고로 초창기 기획 단계에서 많이 참고했던 F45는 80평 정도 공간에 도구가 2~3세트씩 구비되었으며, 보조 영상을 활용해 2명의 코치가 최대 30~40명을 대상으로 수업을 할 수 있다. 어댑핏 스튜디오는 40평 정도의 공간을 GX에 할당해두었고, 도구는 1~2개씩 구비되어있고 별도의 보조 영상 없이 수업을 진행한다. 이렇게 수업을 진행했을 때, 운영 가능하면서도 수익이 나는 적정 인원을 찾아갔다. 기본적으로 GX이기 때문에 한명 한명 밀착 케어는 불가능하더라도 부상 위험은 방지해야 하고, 그러면서도 수익이 나야 하기에 적정 인원을 아는 것은 중요했다.
우리가 파악한 결과는 아래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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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명, 코치 1인 = 수익 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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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명, 코치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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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 이상, 코치 1인 + 보조강사 1인 = 수익 나지 않음
인원이 너무 적어도 수익이 나지 않지만, 회원 특성상 6명 이상이 되어도 보조강사가 필요해 수익이 나지 않는다. 한 수업 당 3~5명이 적정 인원이었다. 이 이상 인원이 늘어나면 크루 형태로 독립시키는 방식으로 운영 방향을 정했다.
적정 수업 시수는 아직
한편, 최대로 운영할 수 있는 수업 시수에 대한 답은 여전히 찾고 있다.
어댑핏 스튜디오는 장애인 PT 전문 스튜디오로 시작했지만, 운동하고 싶지만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회원들을 위해 GX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하지만 수익성을 위해 GX를 마냥 늘리면, PT 이용 회원이 도구&기구를 사용하지 못해 불편을 느낄지도 모른다.
PT와 GX(크루)의 비율이 어느 정도면 적당한 수준일까에 대한 답은 아직 찾지 못했다. 앞으로도 테스트를 계속하며 최적의 수업 시수를 찾아갈 예정이다.
그 외 자잘한 노력들
지금까지 스튜디오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GX를 중심으로 테스트했던 과정을 소개했는데. 사실 그 밖에도 자잘한 시도가 많이 있었다. 기획 단계부터 계획했던 건 아니고, 스튜디오를 직접 운영하다면서 새로이 눈에 들어온 것이 많았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필요한 요소를 구조화해보고 하나씩 시도해보았는데. 그렇다고 모든 것을 다 실행한 것은 아니고, 실행했더라도 결과가 다 좋았던 것은 아니다.
여기서는 대표적인 몇 가지만 소개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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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 프로그램 도입
처음에는 수업 일정이나 회원들의 방문상담/결제/재등록 정보를 엑셀에 기입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다양화되면서 정산 방식도 다양해졌고, 그러다 보니 빈번하게 발생하는 오류를 찾고 수정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2024년 6월부터는 피트니스 전용 CRM을 도입했고, 그 결과 정산 오류나 자료 관리에 드는 시간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CRM :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고객의 정보를 저장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
하지만 한계도 있었다. 이를테면, 단순 매출이 아니라 소비매출*을 보기 위해서는 강사에게 정산한 금액에서 역으로 추적해야 했다. 또한 어댑핏 스튜디오 다수가 바우처(장애인스포츠강좌이용권)를 이용해 결제하는데, 이 데이터는 CRM과 연동되지 않아 사람이 직접 입력하고 관리해야 했다.
*회원이 결제한 금액이 아니라 이용한 회차에 따라 실제로 소비되었다고 보는 금액
일단은 CRM과 수기 관리를 병행하고 있지만, 언젠가 시간적 여유가 될 때 장애인 고객이 주로 이용하는 PT 스튜디오 상황에 맞게 커스터마이징 된 전용 CRM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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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영상 페이지 제작
2024년 8월 말 즈음 운영 팀장님이 장애 유형별로 어떤 운동을 할 수 있는 미리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다. 그 이유는, 일단 방문하면 스튜디오에 대부분 등록하는데, 문제는 높은 가격 탓에 방문까지 유도하는 것이 쉽지 않아, 운동 영상을 보여주면 방문을 설득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잠재 고객에게 어댑핏 스튜디오 운동 영상을 볼 수 있는 페이지를 제작했다. 고객 입장에서 자신에게 해당되는 운동 영상을 빠르게 찾아볼 수 있도록 카테고리를 나누었다. 아동&청소년도 별도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아쉽게도 이때는 전환율을 따져보지 않았지만, 페이지 제작 이후 수업이 새로 개설되는 등의 변화가 생겨, 이 페이지가 방문율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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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기능 테스트
2024년 하반기에는 CRM과 이를 활용한 시트 작성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지표를 보면서 운영 점검 회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11월 말 회의에서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예약 취소가 잦아 소비 매출이 줄었으니, 예약 변경 관리에 특별히 더 신경쓰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약속이 많은 연말연시에는 일반적으로 운동센터도 취소율이 높아지는데, 보행이 어려운 장애인 회원 특성상 춥고 폭설이 내리는 날에는 당일 취소가 급증했던 것.
우리는 이를 숫자로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스케줄 취소&변경 외에도 변경 사유를 추가로 기록해서 파악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약 1개월(12월 29일~1월 31일) 사이 기록을 보았을 때, ●날씨 보다는 개개인의 컨디션 변화가 주된 취소&변경 원인이었고 ●15%는 재예약 없이 취소해 소비 매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객 특성상 매일의 컨디션이 달라질 수 있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스튜디오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다음 예약을 바로 잡거나 당일 취소는 최소화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CRM에서 지원하는 예약 기능을 이용해 회원들이 수업을 예약하게 해보기로 했다. 가장 취소&변경이 잦았던 회원 8명을 대상으로 1개월 간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그 결과, 도입 전 3주와 비교해 취소&변경이 월 평균 5회에서 1.25회로 줄어들었다. 더불어 스튜디오 전체 수업 시수 대비 변경 횟수는 38% → 26%, 당일 취소 건수도 3.3회 → 1.5회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미 코치도 회원들도 수기 예약 방식이 익숙한 탓에, 당장 새로운 예약 방식을 도입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소비 매출 상승 가능성이 있음은 확인했으니, 적절한 시점에 다시 검토해보고자 한다.
Result | 잘되는 PT 스튜디오에 가까워졌다!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업
이렇듯 어댑핏 스튜디오만의 GX 운영 체계를 찾은 덕분에 스튜디오는 조금씩, 꾸준히 성장해왔다.
먼저, PT와 GX를 포함한 수업 횟수가 늘어났다. 시기에 따라 증가하고 감소하긴 하지만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여, 스튜디오 오픈 후 다음 1분기 동안 평균 월 140회 정도였던 수업 횟수가 2024년 4분기에는 월 400회를 달성했다. 우리가 걱정하던 신규&재등록 비율도 80~90%를 웃돌며, 어느새 스튜디오 누적 이용 회원도 329명이 되었다.
재무 성과 측면에서도 수업 매출로 강사료, 임대관리비, 운영 관리비는 부담할 수 있게 되어, 2024년 말을 기점으로 손익분기점을 간신히 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행복나눔재단의 프로젝트 지원비,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관리비 조건 하에 지속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에, 지금보다는 수업 매출이 1.5~2배 정도는 늘어나야 스튜디오가 생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점차 성장하고 있으니 ‘잘되는 PT스튜디오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고는 말 할 수 있겠다.
다음 스텝은 확산
어댑핏 스튜디오가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서울 서쪽 또는 일산, 부평, 인천 등 인근 경기 지역에서 찾아 오시는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간혹 강서, 강북, 성남에서도 오시고 드물게는 기차나 장거리 운전을 해서 찾아오시는 분들도 있다.
운동은 집이나 회사 근처에서 하는 게 보통인데, 이렇게 멀리까지 찾아온 이유가 무엇일까? 회원들에게 이유를 들어보았다.
“부산 어댑핏을 알고 있었고, 서울 마곡점 생긴다는 소식에 사전등록 신청을 하고 오게 되었어요. 걷는 게 너무 불안정하고 힘든데, 여기에서 운동하고부터는 걷기에 자신감이 붙어서 생활에 활력이 생겼어요.” - 40대 뇌병변 장애인
“재활병원에서 만난 분의 소개로 알게 되었어요. 오전에는 병원에서 치료 받고 오후에는 운동하러 오고 있습니다. 병원에서는 마비된 하지를 주로 돌봐주시고, 어댑핏 스튜디오에서는 주로 상체 근력 위주로 운동을 하고 있어요. 처음 다닐 때 보다 상체 근력이 많이 생겨서 만족하며 다니고 있습니다.” - 20대 척수장애인의 부모님
“사고 이후로는 제가 운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장애인 운동을 검색하고 처음 나오는 곳에 연락해 운동을 시작했는데, 오픈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라 깔끔하기도 했고 선생님들이 전문적이라 믿고 맡길 수 있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 30대 척수장애인(중도장애)
이유를 들어보니, 서울/경기 권역에서 장애인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피트니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의 유일한 곳이다보니, 많은 분들이 멀리서도 찾아오셨던 것 같다.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다행이지만, 회원 입장에서는 1시간 운동을 하기 위해 이동에 더 많은 시간을 써야하니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장애인이 자기 동네 근처에서 운동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우리는 어댑핏 스튜디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지속 가능한 장애인 PT 스튜디오 모델을 검증해 공유하고 확산하는 것까지를 목표로 삼았다. 2025년부터는 이 확산 모델을 본격적으로 탐색해보고자 한다. 그 이야기는 향후 또 다른 리포트로 공유하도록 하겠다.
유승제 매니저
sj.yoo@skhappiness.org